관점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는 능력이 삶의 적응도를 높임

자신의 현재 관점을 벗어나기 어려운 보편적 경향성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항상 재구성해서 지각합니다.

다른 사람도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느끼는 것과 비슷하게 상황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런 재구성의 산물입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자기가 보는 걸 다른 사람도 똑같이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관점 전환이 잘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경향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고, 관점 전환을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자기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자기중심적 시각이 우세하기 쉽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물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 느낌과 그 사물의 객관적 속성을 동일시하는 경향성은 평생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한다.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발췌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는 쓴 대니얼 길버트에 따르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에서 벗어나 다른 이의 생각과 느낌이 어떨지 헤아리는 데 많은 노력이 요구되듯이, 자기 미래가 현재 스스로가 상상하는 것과 판이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도 상당한 인지적 노력이 요구됩니다.

이에 과도한 우울이나 불안에 사로잡혀 인지적 노력을 기울일 힘이 남아 있지 않을 때, 미래에 대한 자신의 비관적인 생각은 기정사실이 되기 쉽고, 대안적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관점 전환을 촉진하는 심리치료의 역할

심리치료는 자기가 보는 관점 바깥에도 여러 다른 관점이 존재하며, 이 중 어떤 것을 택해야 살아가는 데 더 도움이 될지 내담자가 취사선택하도록 돕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과거 어느 때 도움이 되었으나 현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관점에 사로잡혀 있을 때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도움이 안 되는지 확인하여 다른 관점, 다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돕습니다. 옳고 그름의 도덕적 차원이 아니라 기능/역기능의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돕습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가능한 자기들(possible selves)'에 관한 이야기를 타인과 공유하고 자신의 경험과 관점에 관한 조언을 들을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삶이라는 한 편의 각본을 다시 쓰고 새로운 감정, 행동, 언어로 실험할 수 있게 된다. - 심리치료의 비밀에서 발췌

정체성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지만, 너무 자주 변하면 삶의 풍파를 견뎌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체성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관점 전환이 너무 자주 이루어지는 것은 도움이 안 되며, 다양한 삶의 영역 중 문제가 크다고 느끼는 일부 영역에서 조심스럽게 관점 전환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치료 과정에서는 이마저도 내담자의 선택이며, 치료자는 내담자가 최대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관점을 취하도록 거들 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습니다.

꼭 심리치료 과정이 아니더라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어떤 사람, 가령 멘토의 행동을 닮고자 노력하는 과정 또한 자신의 관점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현재 관점을 검증이 필요한 하나의 가설로 바라보는 것이 삶의 적응도를 높임

심리치료자가 됐든 멘토가 됐든, 스스로가 처한 상황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유연하게 관점에 변화를 주는 것은 삶의 적응도를 높입니다.

자기만의 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부 관점에서 반복적으로 자기성찰하는 것은, 설령 지금 당장 외부 관점을 채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도움이 됩니다. 이를 테면, 수정 불가능한 pdf 파일에서 수정 가능한 word 파일로 전환이 된 것이니까요. 언제든 자기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자기성찰은 내담자로 하여금 삶의 이야기에서 기승전결이 반복되고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글쓰기와 편집의 과정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기승전결 구조가 나타나고 더욱 적응적인 생각, 감정, 행동을 실험할 수 있게 된다. - 심리치료의 비밀에서 발췌

더 적응적인 관점이 현재 내가 지닌 관점 바깥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때때로 사고 실험을 해보면서 관점을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